요즘 지하철을 타거나 길거리만 걸어봐도 예전에 비해 참 외국인 수가 증가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다들 한국에서 뭐하는 사람들일까? 하는 생각을 하며 나도 모르게 그들을 가만히 바라볼 때도 있다.
그리고 한국을 참 좋아하는 한 영국인 친구의 말이 생각났다. 그의 친구 중 한명이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단다. 그래서 한국 여행이 어땠냐고 물었더니 그 친구가 답하길,
"Korea is just a little America."
그 얘길 듣고 잠시간 충격에 빠졌었다.
원래 좋은 얘기보단 나쁜 얘기들이 마음에 박히고 오래가듯이 이 이야기도 머리에서 잘 떠나질 않고 간간히 떠올라 고민하게 만든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마음에 오래 담아두게되는 나쁜 이야기들은 대게도 너무나 맞는 말이어서 그렇게 집착하게 된다는 거다.

다들 한국 관광의 해니, 어느 도시 관광의 해니, 여기저기 지역축제들을 펼쳐놓고서 왜 이렇게 관광객이 안모일까 고민하는 모습은 익히도 많이 봐왔다. 외국인들이 많아졌다고 해도, 해외 관광국가들에 비교하면 그 수가 형편없긴 말할 것도 없고, 근거리에 있는 중국, 일본같은 국가를 봐도 비교가 어려울 정도다. 그러면 왜? 왜 이렇게 우리나라만 어려운 걸까? 지역적 불리함때문이라면 같은 동북아시아권에 속한 일본과 중국이 유명하니 그 때문이라 하기 어렵고, 북한의 이미지 때문에 안전이 문제라면 그렇게 위험하다고 소문난 인도, 이집트, 남미 같은 나라들엔 왜 사람들이 몰려들까.

이 모든 의문이 나는 내 친구의 말을 통해 풀렸다. 한국은 그냥 작은 미국같으니까.

반대로 생각해보자. 내가 여행을 하며 가장 좋았던 나라, 도시들. 강렬한 햇볕 속에서 곤돌라가 물길 따라 달리는 베니스. 중세시대 빨간 지붕 건물이 그림처럼 촘촘히 박힌 피렌체, 고개를 돌려 어느 쪽을 보나 음울하지만 장대한 자연을 가진 스코틀랜드 뭐 그런 곳들. 사람이 여행을 떠남은 일상에서 지친 심신을 달래고 새로운 것을 탐험하고자하는 욕구이다. (물론 성별, 나이, 직업 뭐 이런 것들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욕구를 말함이다) 서울의 복잡하고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일년에 몇 번 안되는 기회를 잡아 해외여행에 나섰는데, 온통 작은 서울들만 보고 온다면 굳이 여행을 떠날 이유가 뭐겠는가? 서울처럼 교통이 편하지 않아도, 거대한 빌딩숲이 서있지 않아도, 온통 불편한 일만 투성일지라도, 그래도 그곳으로 여행을 떠남은 내가 사는 곳과는 많이 다른 곳, 나랑 완전 딴판인 사람들이 사는 곳을 한 번 보고, 느끼고 싶은 열정때문이 아니겠는가.

한국 젊은이들이 유럽여행에 매료되는 이유가 여러가지 있겠지만, 나는 좁은 땅덩이에 조로록 박혀 있으면서도 서로 닮은 듯 많이 다른 모습들이 그 첫번째 이유가 되리라 생각한다. 생각해보라, 만약에 유럽 국가들이 다 비슷하다면 그 중에 한 나라만 가보면 되지 왜 굳이 열 몇개씩 되는 나라를 그렇게 열심히 보러 다니겠는가. 모든 나라들이 조금씩 다르고, 또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다르고, 음식도 다르고 말도 다르고 모든 것이 새롭다. 그래서 아직 가보지 않은 나라들엔 어떤 사람들이 살까, 어떤 특이한 것들이 있을까 궁금하고 가보고 싶어지고 말이다.

가끔 친구들이 한국 여행하고 싶은데 어딜 가는게 좋겠냐고 물어본다. 나는 서울은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지쳐서 여행 한 번 온 친구들에게 서울의 아침 지옥철을 경험하게 하고 싶진 않은 것이다. 스스로도 한 번 생각해보자, 우리 솔직히. 내가 외국인이라면 서울이 매력적인 관광 도시일지? 아니지 않나. 그에 비해 경주, 제주도, 부산 등은 훌륭한 관광지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이건 한국에만 있는거니까. 전혀 작은 미국같진 않으니까. 

관광대국으로 손꼽히는 여러 나라들을 돌아보면서, 그 나라들이 인기있는 것이 비단 예전 조상들 덕택에 앉아서 돈버는 구나 하는 괜시리 아니꼬왔던 마음은 모두 사라졌다. 그들이 지금 이 위치에 서게 된 것은 조상님 덕이 30%, 그들의 노력이 70%다. 로마에선 문화유산 때문에 함부로 개발을 할 수가 없고 그래서 사람들이 낡고 오래된 지하철 두 개 라인에 힘들어하지만 그 고통을 감내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라면 어떨까. 물론 개발이 우선. 그래서 우린 편하고 뭐든지 크고 좋은 곳에서 살게 됐지만, 우리 자신은 잊은 것 같다. 고개를 들어 어디를 봐야 '한국'을 보고왔다고 말할 수 있을런지, 관광 마케팅한다며 예산부터 쏟지말고 한 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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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부터 열심히 살겠다고 학원을 등록했다.
요즘은 좋은 학원들은 다 강남에 있단다. 그래서 압구정에 있는 학원에 등록했더니 집에서 학원까지 대략 2시간은 걸리는 것 같다. (평생에 집 가까운 직장이나 학교는 다녀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첫 날부터 폭설에 발목이 잡혀 한 시간이나 학원에 늦었다.
지하철에 타기 전부터 오랜 기다림에 춥고 지친 사람들은 지하철에 탄 이후에도 계속 문제가 생기자 점점 짜증이 밀려오는 모양이었다.
나는 속으로 '이 사람들 런던에 가서 한 달만 살아봐야 해. 이런 눈이 런던에 왔음 일주일 동안 고립인데...' 하며 나름 평정심을 잃지 않않다. 학원에 많이 늦었지만 뭐, 그럴수도 있지, 하며 '나 좀 많이 여유로워졌는데?' 하는 생각까지 했다.
그리고 화요일. 날씨가 엄청 춥지만 눈은 내리지 않았는데, 지하철이 또 안온다.
한참만에 탄 지하철도 가다 서다를 수십 번 반복한다. 종착지까지 타고 오니 학원에 또다시 지각이다.
화가 난 사람들은 몹시도 바쁜지 어깨를 툭툭 부딪히고 사과도 하지 않고 그저 불쾌한 얼굴로 뛰어나갔다.
그래도 나는 '런던이였음 오늘 학원 가지도 못했을거야...'라며 이 정도면 감사해, 란 부처님 마음처럼 자비로워지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수요일, 오늘만은 지각하지 말자 다짐하며 평소보다 30분이나 일찍 출발했다.
날씨가 많이 추웠지만 역시 눈은 내리지 않았다. 오늘부터는 절대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했다.
지하철은 20분 가까이 기다린 후에나 도착했다. 일찍 나온 의미는 없었지만 그래도 지각은 면하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지하철에 사람들이 탑승한 후에도 열차가 출발은 안하고 한참동안 문만 열었다 닫았다 한다. 거의 10분동안 정체한 끝에 한 정거장을 달려가 사람들을 태웠다. 그리고 또 한참을 이유도 모른 채 그 역에 서있었다.
여기서부터 사람들이 슬슬 짜증을 내며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마음은 점점 급해졌지만 최대한 평정심을 찾으려고 휴대폰에서 스도쿠를 찾아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 정류한 열차가 겨우 출발하더니 다음 정류장에 서 또 사람들을 태우더만 출발은 안하고 문만 자꾸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했다. 그제서야 방송이 나온다. 출입문에 문제가 있어서 정검을 해야한단다.  
결국 한 할아버지가 응급용 수화기를 들고 기관사와의 통화를 시도하는데 우연히 그들의 말소리가 객차에 흘러나왔다.
다음 정거장에서 사람들을 내리고 점검을 해야한다, 등등의 이야기였는데 그 이후에 사람들이 그 수화기쪽으로 마구 달려가 통화를 시도했지만 다시는 연결이 되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이 때부터 나도 살짝 짜증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무슨 문제가 어떻게 발생해서 왜 이렇게 서있는 것인지, 언제쯤 복구가 될지, 안되면 지금 탑승객들이 어떻게 해야할지를 설명을 해줘야하는데 그런 말이 전혀 없으니 불안감이 점차 가중되었나 보다.
그러던 중 한 사람이 친구와 통화 끝에 다음 정차역에도 거의 천 명쯤 되는 사람들이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하자, 사람들은 즉시 역을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나는, 그 사람들보다 먼저 나가려고 뛰기 시작했다. -_-;;;
나는 역시 한국 사람인 것이었다.
그 날 아침 지하철 역 바깥은 나같은 사람들로 초만원이 돼서 택시도, 버스도 모두 Full이 되어 다른 교통수단을 잡기도 어려웠고 말 그대로 지옥이었다.

그렇게 그 혼돈을 빠져나오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계속해서 '여기가 런던이였으면, 여기가 다른 나라였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여기가 런던이였으면, 지하철을 타기도 전에 수많은 board가 지하철역에 세워져 시민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미리 제공해주었을 것이다.
여기가 런던이였으면, 이런 기습 폭설이 내렸다면 아마도 일주일 가량은 지하철은 물론 버스도 끊겨 집에 고립됐을 것이다. 그들의 시스템은 정말 정말 느리다. 상상초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가 런던이였으면, 시민들은 이렇게 화를 내거나 패닉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어디가 어때서 그런건지 정확한 근본까지 설명하긴 어렵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쉽게 화를 내거나 갑작스런 상황에 닥쳤을 때 감정적으로 변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 듯 하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다 그러하다보니 주변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영향을 받고 더 감정적으로 격해지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내가 런던에서 지하철 연착으로 한참 고생하게 됐을 때 너무 화가 나서 씩씩 거리며 주변을 쳐다봤는데 하나 같이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책을 읽거나 조용히 각자 할 일을 하며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나도 모르게 '그래, 이렇게 화낼 일은 아니지 않나'하며 조금씩 화를 가라앉힐 수 있었다.

사람들의 성향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순간에 갑자기 굉장히 여유롭고 이성적이고 논리적이고 차분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기업들이 위기에 닥쳤을 때 소비자들을 대하는 태도나 방법들도 분명히 외국와 우리나라의 경우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끔 외국계 회사들과 일하다 보면 본사에서 영문으로 나온 성명서 등을 번역해 그대로 보도자료로 내보내라는 지시를 받기도 하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것들은 모두 철저히 서양식 사고와 서양인들의 성향에 맞춘 자료들이었다. 내가 보면서도 '이런 자료로 소비자들을 달랠 수 있을까?'할 정도의 자료들도 많이 있었던게 사실이다.
내가 언젠가 외국계 기업에서 일을 하거나 다시 외국계 기업을 클라이언트로 맡게 된다면, 이런 차이점들에 대한 이해를 먼저 하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드리고 싶다. 특히 위기상황을 대비해서 말이다.
한국 사람 성향이 이상하다고 바꾸려고 하지말고, 그 차이점을 빨리 깨닫고 그에 맞는 한국형 방식으로 스마트하게 커뮤니케이션하시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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