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위기에 관한 이야기: 구미 불산 유출사고 및 인도 보팔참사

지난 달 27일, 경북 구미에서 발생한 불화수소산 유출 사고를 보며 위기관리 컨설턴트로서 참담한 마음이다. 일어나서는 안될 사고가 일어났고, 일어난 후에도 현재 이 시점까지도 제대로 된 위기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언론에서도 크게 보도가 되지 않고 있어 이 또한 놀랍다. 해당 지역이 수도권이였다면 아마도 상황이 달랐을 것이다. 여러모로 영문도 모른 채, 불산에 노출되어 단기적, 장기적 피해를 입은 지역주민들과 여러 관계자들이 안쓰럽다. 


이번 구미 불산 유출사고와 같은 화학물질에 의한 대규모 피해사례는 비교적 현대적인 형태의 산업재해이다. 북한에서 화학 테러를 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에 무의식적으로 공포감이 잠재되어 있지만, 이젠 '전쟁'이 아니라 우리 '생활' 속에서도 언제든지 이런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에 그 공포감이 극대화 되었다.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고준위 방사능폐기물 처리장 건립 문제부터 쓰레기처리장, 화장터 등이 혐오시설로 인식되어 건립에 난항을 겪곤 하지만, 불산처럼 유독물질을 다루는 공장 시설에 대한 부분은 비교적 베일에 싸여 전국 곳곳에서 운영 중이다. 해당 물질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실제로 공장에 출입하지 않는 이상 안전규정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어떤 물질을 다루고 있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정도로 위험한 유독물질이라면 '당연히' 안전규정이 매우 엄격하고, 까다롭게 관리되고 있으리라고 일반적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현실은 그렇지 않다.


'불산 누출' 위험 곳곳에 널려있다. (문화일보)


기사에 따르면, 환경부 자료에서 볼 수 있듯 지난해 전국 유독물질 취급업체 6,800여 곳 대상으로 정기점검 결과, 166개 업체가 273건의 유독물질 취급기준을 위반해 행정처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독물 보관 및 저장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거나 개인보호 장구를 비치하지 않는 등 취급 시설 기준 위반이 그 이유다.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사고였다. 또한 앞으로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겠다'


27일, 최초 사고가 발생(3시 43분)한 직후에 나온 기사들에서는 대부분 '구미 공장 폭발사고'로 헤드라인이 잡혔고, 불산가스 누출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으나 이것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자세히 나와있지 않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들도 정확히 알지 못해 제대로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못했다고 한다. 해당 유해물질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춘 사람이 없었고, 또 제때 전문가를 찾아 해결책을 마련하려는 생각도 하지 못한 것이다. 또한, 경찰, 소방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구미시 공무원 등 다양한 주체들이 현장에 몰려왔지만 제대로 된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은 곳이 없었다. 각자 자신의 역할이라 판단되는 업무들을 했고, 서서히 피해 정도가 파악되자 패닉에 빠졌다. 


초기에 소석회로 진압해야 했으나 당시에 구할 수 없었고, 공기보다 가벼운 물질의 특성상 맹독가스는 빠르게 퍼져나갔다.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까지 5명이 사망했고, 공장 인근은 물론 지역 주민들 600명 이상이 인체에 피해를 입었다. 농작물, 축산에 대한 피해는 물론이다. 유독물질을 다루는 공장에서 해당 물질이 유출될 경우, 초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사전에 전혀 준비가 없었다. 최소한의 소석회는 공장 내부에 반드시 비치했어야 하며, 불산에 대한 전문지식과 부작용에 대한 정보는 공유가 되어 있었어야 한다. 또한 이런 사고가 발생할 경우 누가, 어떻게, 무엇을 할지에 대해서 R&R도 전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초기 대응이 제대로 이뤄졌을리 없다.


재난 위기관리에 있어 기업이 커뮤니케이션의 주체가 되기는 어렵다. 다양한 정부기관에서 합동 대응, 조사를 하고 있고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해서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기관에서 커뮤니케이션 하게 된다. 그러나 해당 기업이 감수해야 할 책임과 의무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최선을 다해서 복구하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생존의 문제다.


이번 구미 불산 유출사고는 여러 면에서 인도 보팔에서 일어난 유니언카바이드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지난 1984년 미국 회사인 유니언카바이드가 운영하던 농약 제조 회사에서 유독가스가 누출됐다. 극소량만으로도 중추신경과 면역 체계를 한 번에 파괴하는 독극물인 '메틸이소시안'이라는 유독가스가 2시간 동안 36톤이나 누출된 것이다. 이 사고로 2,800여 명의 지역 주민이 하룻밤 사이에 숨졌고, 20만 명 이상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5만명은 영구적인 장애자가 되었다고 한다. 문제는 잠재되어 장기적으로 나타나는 피해다. 피해를 입은 여성들은 가임기가 되어 출산한 아이들 중 선천적 결함이나 기형을 갖고 태어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한 해당 지역의 물은 아직도 오염이 심해 안심하고 마실 수 없단다. 


1989년 인도 최고재판소는 유니언카바이드에 4억 7천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이렇게 엄청난 후유증을 남긴 사고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에게는 제대로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망자 보증금을 받은 인원은 5천여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 문제는 인도에서 현재진행중이다. 


'재앙'은 '위기'와 정의가 다르다. '재앙'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예상하기 어려운 자연재해와 같은 원인으로 일어나는 사고를 의미한다. 일본의 대지진 및 쓰나미가 여기에 해당될 것 같다. 반면, '위기'는 대부분 예상 가능한 원인과 결과가 있다. 예방할 수 있거나, 혹시 일어나더라도 매뉴얼과 훈련에 따라 피해를 최소화 시킬 수 있는 대응이 준비되어야 한다. 이번 구미 사고와 인도 보팔참사는 어디에 해당될까? '위기'라면, 그 책임은 누가, 어떻게 져야할까? 사고를 일으킨 휴브글로벌은 이번 사고를 극복하고 생존할 수 있을까? 


(참고로 인도 보팔참사를 일으킨 유니언카바이드는 세계 화학업계에서 1,2위를 다투는 '다우케미컬'에 인수되었고, 현재까지 건재하며, 한국에도 진출해 있다. 여러가지 인사이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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