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R 활동을 하면서 사회의 여러 공익단체들, 복지단체들과 만나게 된다.
지난 번 <착하지가 않다>라는 포스트에도 썼듯이 사회복지단체들이 어떤 기업이 후원한다고해서 두 손 들어 환영만 하는건 아니다.
본인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신념에 따라 후원자 선택에 매우 신중하다.
그런데 이렇게 기업의 후원을 '선택'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사회복지단체는 사실상 그리 많지 않다.
기업들의 후원은 주로 규모가 크거나 인지도 있는 사회복지단체에 몰리기 마련이고, 영세한 단체에는 후원금은 물론 자원봉사자들의 도움도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사실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한 것은 이런 작은 규모로 어렵게 단체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일텐데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왜 어떤 단체에는 기업들의 후원이 줄을 잇고, 어떤 단체는 도움 받을 길이 막막한 걸까?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이유는, 기업들이 CSR 활동을 할 때 이미 어느정도 인지도나 명성이 있는 단체에 후원을 함으로써 마케팅 및 홍보활동에 활용하려 하기 때문이다.
월드비전, 컴패션, 굿네이버스, 아름다운가게 등 국내에도 제법 굵직한 NGO들이 생겨나면서 하나의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고, 이 NGO들의 브랜드 이미지를 기업들이 차용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CSR 활동을 하면서 느낀 것은 그게 다가 아니다. 기업후원이 몰리는 NGO에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투명한 보고 시스템'이다.
최근 함께 파트너쉽을 갖추고 일 하고 있는 한 NGO를 보면서 '아, 여기가 왜 기업후원을 많이 받는지 알겠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내가 맡은 클라이언트가 외국계라서 더욱 많이 느끼는 바인데, 우리나라는 기업들이 CSR 활동을 하기가 좋은 환경이 아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저소득층 어린이들이 방과후 학습을 하는 지역아동센터에 영어교사를 파견하는 프로그램을 진행중인데 우리나라 노동법상 이 교사들을 CSR 후원하는 회사가 모두 고용해야 한단다.
일반 기업은 물론 외국계 회사 방침상 거의 불가능한 조건이다.
아르바이트 형태로 고용해도 보험금 지급은 물론 몇 개월 이상 채용할 때는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법규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하고 있는 CSR 활동이 현물을 지급하는데서 끝난다.
대부분의 NGO들도 이렇게 현물을 받고 끝내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CSR은 다르다. 이렇게 현물을 주고 나서 <OO그룹, OOO에 5억 기금 후원>이라고 적은 보드 하나 들고 사진찍어 보도자료 내보내는 것은 단지 일회성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장기적인 CSR활동을 위해서는 하나의 컨셉을 통해 기업에서도 꾸준히 참여하고 독려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NGO들이 기업들이 CSR 한다며 찾아와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해 이것저것 요구하는 것을 힘들어 한다.
그냥 현물만 지원하라고 대놓고 말하는 단체들도 있다.
그러나 기업후원이 몰리는 단체는 다르다. 기업들의 입장에서 접근하기 때문이다.
일단 후원을 받아본 경험이 많기 때문에 기업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문제가 생기면 어떤 식으로든 해결하여 적극적으로 후원을 유치한다.
또한 후원금액이 크건 적건간에 차별없이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당장은 CSR 예산이 적더라도 앞으로 얼마나 늘어날지는 알 수 없는 것인데 일부 단체들에서는 금액이 적으면 일단 거부하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업후원이 몰리는 NGO들은 후원받은 현물이나 기타 물품들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얼마나 투명하게 쓰여졌는지에 대한 보고가 가능하다. 이것 역시 '시스템'이다.
모든 기업들은 Input과 Output이 명확하게 처리돼야 한다.
그러나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NGO들은 이 Output 보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그냥 지원만 받으면 끝이지 왜 보고를 해야하냐고 생각한다.
기업이 뭐가 필요한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단체와는 일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기업에 대해, CSR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인식이 갖춰져 있고 투명한 보고 시스템이 갖춰진 NGO들에 기업후원이 몰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앞으로 CSR 활동은 점차 늘어날 것이고, 후원 액수가 증가함은 물론 후원 프로그램도 더욱 다양하고 질이 높아질 것이다.
이런 혜택들이 여전히 특정 NGO들로만 가지않고, 작지만 내실을 갖추고 있는 좀 더 다양한 단체들에게도 기회가 돌아가길 바란다.
이를 위해선 기업 뿐만 아니라 NGO들의 변화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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