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때 PR AE가 좋다

회사에서 AE들끼리 농담삼아 하는 얘기가 있다.
PR일을 하다보니 어디 가서든 '을스러움'이 몸에 배어있다는 것이다.
'을스러움'이란, 클라이언트와 기자를 '갑'으로, PR AE를 '을'로 두는 PR 업무의 특성상 친절+미소+하면된다 정신+약간의 굽신거림+얼굴에 쌓여가는 철판 등의 특성이 나타남을 일컫는 말이다.
한마디로 직업병이라 할 수 있다.

이러 저러한 이유로 PR을 하겠다는 후배들을 보면 '적극 환영'한다며 두 팔 벌릴 수만은 없을 때가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PR AE로서의 재미를 느낄 때도 많다.

먼저, 업무의 특성상 참으로 외근이 많다. PR 컨설팅 쪽은 물론 덜하겠지만 클라이언트, 기자, 협력업체 등과의 미팅으로 하루 종일 회사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날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외근 한 번 다녀오면 하루가 어찌나 빨리 가는지...나는 외근을 좋아하는 AE다! 우후훗!

두번째, 무식한 오뚜기 체질로 바뀐다. 처음엔 그랬다. 전화 한 번 걸기도 어쩐지 무섭고 떨리고, 얼굴 한 번 보게 되면 무슨 말을 해야할지 머리 속이 하얘지기도 하고. 자꾸 연락하면 귀찮아하진 않을까, 내 클라이언트까지 미워하면 어쩌나, 그런 걱정들이 참 많았다. 근데 한 번, 두 번 사람들과 연락하고 대면할수록 점차 뻔뻔해지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전화 통화 될때까지, 얼굴 한 번 볼때까지, 내 보도자료를 써 줄때까지, 오뚜기처럼 계속 노크한다. "기자님, 저 OO의 조아름 인데요, 너무 자주 전화드리죠~? 에헤헤헷..."

세번째, 기업 CEO하고도 대화한다. 내가 일반기업에 입사해서 홍보팀이 아닌 다른 부서 직원이 되었다면 CEO와 대면하며 대화할 수 있기까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까? 내가 지금까지 많은 클라이언트를 담당해 보진 못했지만 적어도 5명 이상의 CEO를 가까이서 뵙고 커뮤니케이션할 기회가 있었다. 인터뷰 서포트를 하거나, CEO 프로필 사진 촬영을 하거나, 기자간담회에서 의전을 하는 등 CEO에게 전문적인 PR 코칭까지 할 수 있었다. 성공한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는(물론 기자 옆에서 ^^;;) 기회를 갖는다는 것, 분명 굉장한 체험이다.

네번째,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회사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 AE들이 각자 맡은 클라이언트와 서비스 성격에 따라 독립적인 업무가 많다. 창의성을 강조하는 일이기 때문에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강조하고, 일반 기업과 비교하면 회사가 매우 자유로운 분위기이다. 클라이언트나 외부 미팅이 없다면 복장도 자유롭게 입을 수 있는 편이다. 사실 개성 강한 AE들과 독립적인 업무 시스템 때문에 직원들끼리 교류가 적은 대행사들도 많은데, 내가 지금 있는 CK는 "잦은 회식"과 "연이은 내부 트레이닝"과 "회식 버금가는 인원이 다함께 점심식사"를 하는 분위기라서 그럴 염려가 없다..........

마지막으로, 긍정을 보는 눈이 생긴다. PR일을 하다보면 때론 평소에 별로 관심이 없었거나, 심지어 매우 싫어하는 기업이나 브랜드를 홍보할 일도 생긴다. 그런 것도 인생인지라.. :) 근데 무관심했던, 혹은 싫어했던 클라이언트도 한 달내에 좋아지고 마는 것이 홍보의 힘인 것 같다. 내가 처음 맥주 홍보를 맡게 됐을 때, 술을 별로 즐기지 않았기에 좋고 싫고할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그런데 이 브랜드에 대해 알게 되고, 그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기업의 가치를 느끼고, 그 브랜드를 직접 마셔보면서 차츰... 사랑하게 된다. (물론 모든 클라이언트를 사랑하게 되는 건 아니란 것도 알고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기자는 부정을 본다. 이 기업이 잘못하고 있는 것과 오류들을 지적하고 좀 더 올바른 사회가 되도록 기사를 쓰는 일을 한다면, 홍보는 그 반대인 것 같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브랜드나 기업을 '좋으니까 한 번 써보세요' 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정말 좋아하니까 좋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PR일을 하면서 느끼는 많은 즐거움이 있다. 문득 떠오를 때마다 하나씩 더 추가해 봐야겠다.
긍정적인 글을 쓰고 나니,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 내 일이 즐겁고, 자랑스럽고, 나를 행복하게 한다.

###

'싹:일하는:이야기 > PR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사와 보도자료의 헤드라인  (0) 2008.04.17
싹과 자동차  (4) 2008.04.07
이럴 때 PR AE가 좋다  (3) 2008.03.19
Hello! Blogger  (0) 2008.03.19
New CI, New Vision  (0) 2008.03.10
AE의 책상  (1) 2008.02.10
  • prholic 2008.03.20 10:01 ADDR 수정/삭제 답글

    ㅋㅋ '을스러움'
    나는 을이 좋더라~~~

  • Favicon of http://prworld.tistory.com/ BlogIcon Elly 2009.08.19 00:11 ADDR 수정/삭제 답글

    이리저리 서핑하다가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전 아직 연차가 짧아서 그런지 1,2번 특성에 공감하고 가용~
    저도 곧 3,4,5 번이 되면 좋겠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