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이름이 있다. 사실 이름이란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모모모'란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이 이름은 그 사람에 대한 어떤 것도 설명해 줄 수가 없다. 가령 성별 정도는 알 수도 있겠다. 그리고 나이대 정도도 추정이 가능한 이름들도 있다. 그러나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이름만 가지고는 아무 것도 알 수가 없다.

이렇게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못하던 낱말 뿐인 이름이 어느 날부턴가 새로운 의미를 가지게 될 때가 있다. 주제 사라마구의 신작인 <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은 이렇게 어느 날 문득 의미가 생겨버린 어떤 여자를 찾는 '주제'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설 속에서 유일하게 이름이 있는 주인공의 이름이 작가의 이름과 같다는 것 또한 책을 읽는 즐거움이 된다.

중앙등기소에서 평범한 직원으로 살아온 주제씨. 벌써 나이가 50이지만 아직도 말단 직원인데다 어찌나 소심한 인물인지, 사실 이렇게 매력없는 주인공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 등기소엔 서류가 넘쳐난다. 그 서류들은 이분법에 의해 두 공간으로 나뉜다. 죽은 자들의 서류와 산 자들의 서류로. 그 서류 속엔 이름, 성별, 생년월일, 그리고 사망일 까지만 적혀있다. 그래서 그 서류들은 한낱 서류에 불과하고, 산 자의 것이든 죽은 자의 것이든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한다.

소심한 주제씨의 은밀한 사생활이 있었으니, 바로 밤중에 몰래 등기소에 들어가 사회 유명인사들의 서류를 훔쳐다 베껴놓는 것이었다. 너무나 '존재감'이 없는 인물이었으니 '존재감' 있는 사람들의 삶을 훔쳐보고 싶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다 문득 아무 인연도 없던 평범한 한 여자의 서류가 그의 손에 들어오고, 그는 갑작스레 그녀를 찾고싶고, 알고 싶은 욕망에 휩싸인다. 평범하고 소심하고 완벽하게 '사회화 되어있는' 주제씨는 일탈을 거듭한다. 밤중에 학교 창문을 부스고 몰래 들어간다거나, 등기소장 직인을 찍은 날조된 증명서를 들고 그녀의 주변 사람들을 탐문하기도 한다. 그의 거짓말은 너무나 서툴러서 여러 사람들에게 들키기도 하지만 어쩐지 그들을 도와주고 만다.

그가 마침내 그녀를 찾아낸 곳은 어디였을까. 그녀는 수많은 사람들이 묻혀있는 공동묘지 안에 누워있다. 그는 그녀의 무덤을 확신하지만, 양치기가 무덤 번호판(이름을 대신해)을 뒤바꿔 놓는 통에 사람들은 누군지도 모를 사람의 묘비를 앞에 두고 통곡하기도 할 것이다. 이렇게 이름이나 숫자는 아무런 무게도, 아무런 존재감도 없는 의미 없는 글자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른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란 시가 계속 떠올랐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나는 내 이름에 어떤 의미와 가치, 그리고 존재감을 불어넣고 있을까. 내가 어떤 존재인지, 수백 만의 사람들 중에서 나라는 단 하나의 존재를 찾고, 알아줄 주제와 같은 사람이 있을지. 내가 살아 숨쉬건, 혹은 영영 잠들어 있건간에 상관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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