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과 자동차

학교 다닐 때 광고홍보마케팅(?) 수업이란게 있었다. 부경희 교수님이 개설하신 신종 수업이었는데 광고,홍보,마케팅을 따로 떼어내서 공부할 수가 없으니 그냥 이름을 그렇게 지으셨었다. 그 때 부 교수님이 돌아가면서 물어보셨다.

"자신에게 고관여 제품군이 뭔가?"

그 때 짧은 순간이지만 엄청나게 고민을 하다가 팬시 상품이라고 대답했었다. 조금씩 관심이야 있지만 그렇다고 딱히 전문가 뺨 때릴 정도로 매니아이거나 고관여인 것이 별로 없어서 혼자서 충격을 먹은 적이 있었다. 그 때 수업을 같이 들었던 사람들 중에 남자들은 특히 IT 제품이나 자동차에 고관여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많았다. 내가 제~일 관심없는 분야가 IT, 자동차, 담배, 술 뭐 이런 것들인데 참 남자들은 신기하다, 그게 왜 재밌나?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PR일을 하다보니 여기 저기에 죄다 고관여가 된다. 특히 자신이 담당하는 클라이언트 제품군에 대해선 관련 지식이나 업계 소식을 줄줄 꿰차고 다니게 되기 마련이다. 지금 다시 교수님이 내게 고관여 제품군이 뭐냐고 물어보시면 몇 개 정도는 쉽게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요즘 고민이 생겼다. 벌써 몇 달이 지났는데도 클라이언트 제품을 잘 모르겠다. 내 클라이언트는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세계적인 기업이다. B2B 산업군인지라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자동차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기업인데, 문제는 지금까지 내가 맡았던 클라이언트 제품군 중에서 제일 어렵다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자동차 과외라도 받고 싶다. ㅠ_ㅠ 중학교때 배웠던 기술 시간에 자동차 실린더 가지고 공부했었는데 그 때 시험점수가 50점 정도 됐었던 것 같다. 10년도 넘은 일이건만 이럴 줄 알았으면 공부 좀 해둘껄 하는 후회까지 든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지난 주에 만났던 한 기자님께 이런 말을 들었다.

"우리 신문 읽는 독자 중에 80%는 나처럼 자동차 모르는 사람들이라 생각하고 내가 이해하는 만큼 쉽게 기사를 써요"

자동차 담당기자단은 90%가 남자다. 저 말씀을 하신 분은 여기자분이시고. 처음에 자동차 담당을 맡으면서 정말 자동차에 대해 하나도 아는 바가 없고 또 자동차 전문가들에게 지적받을까 걱정도 많이 됐었다고 한다. 그런데 몇 개월 동안 자동차 기사를 쓰다보니 관심도 많이 생기고 쉽게 풀어쓰자 생각하니 마음도 편해졌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나 역시 빨리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욕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그리고 지식도 많이 필요하겠지만 그것을 즐길 줄도 알아야 한다. 요즘은 밖에 나가면 차 브랜드와 차종만 보고 다닌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요즘은 대강 차종도 구분할 줄 알게됐다. :)

그래서 나도 그 기자분처럼 내가 아는 만큼 쉽게 자동차에 다가가기로 했다. C.A.R 라는 카테고리를 오픈하고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자동차 첨단기술에 대해서 포스팅할 예정이다. 기자분들도 자동차 전문가인 누리꾼들의 악성댓글로 마음 상한다고 하던데... 나도 좀 걱정이 된다.. 흠... (난 소심한데.... 난 소심한데... 소심한데...)

내년 이맘쯤엔 자동차 엔진 종류도 구분하고 완성차 가격대도 줄줄 외우는 AE가 되고싶다. 그 전에 모닝이라도 한 대 사고 싶건만...!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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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이름을 영문 이니셜로 하면 C.A.R 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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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www.jameschung.kr BlogIcon 정용민 2008.04.07 18:21 ADDR 수정/삭제 답글

    제가 완성차 홍보를 할 때 자동차의 스승은 클라이언트 부장님과 과장님 두 분이셨지요. 한분은 기아자동차 출신이고, 한분은 어려서부터 자동차 매니아였던 분이었어요. 그분들이 기자들과 밥이나 술을 한잔하면서 열심히 설명하던 0to100, 맥스트럿 서스펜션 기능, 공기저항계수, HED, ABS...등등의 의미들과 왜 한국사람들은 은회색차를 제일 좋아할까? 왜 우리나라는 컨버터블을 만들지 않을까?와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듣고 이해할 수 있었답니다.

    클라이언트가 곧 스승이지요. 제가 선배로서 Ally에게 권장하는 공부 방법은 Car life, Motor등의 전문잡지를 열심히 읽으라는 겁니다. 일단 자세히 알아야 쉽게 메시지를 구성할 수가 있거든요. 강추합니다. 꼼꼼히. Good luck.

    • Favicon of https://allycho.tistory.com BlogIcon 2008.04.08 14:52 신고 수정/삭제

      클라이언트를 스승님으로 모시고 열심히 배워보겠습니다. :) 부사장님도 제게 스승님이셨지요. 부사장님께 배운만큼 또 많이 배워서 한가닥 하는 AE가 되겠습니다. :D

  • Favicon of http://amyahn.tistory.com BlogIcon Amy Ahn 2008.04.11 00:02 ADDR 수정/삭제 답글

    wow, what a coincidence:) 대리님, 이니셜이 CAR이시네요! 저도 바이럴마케팅을 공부하며 WOM(word of mouth)과 하나가 되려구요:) PR의 매력중에 하나가 '고관여'제품을 마구마구 늘려갈 수 있다는 것 같아요! 사명의식을 갖고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Ally 스승님께 열심히 배울께요! 필승.

    • Favicon of https://allycho.tistory.com BlogIcon 2008.04.13 02:00 신고 수정/삭제

      앞으로 Wom~이라고 부를게요 :D 월요일날 원미씨의 Super excellent PT를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