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이슈와 커뮤니케이션

선배 한 명이 씩씩 거리며 자기 친구 얘길 해줬다.
네이버 블로그에 올려뒀던 음악 파일 하나 때문에 경찰에 불려가 합의금으로 몇 백 만원을 주고 풀려나왔더라며 무서운 세상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 얘길 듣고나서 나 역시 "식겁"해서는 방치돼 있던 네이버 블로그에 들어가 문제될 만한 것들을 모두 삭제해 버렸다.
그것도 대부분 다른 블로그에서 스크랩해 온 파일들이 대부분이였는데, 하나씩만 따져봐도 합의금으로 억 단위를 날릴 수도 있겠더라.
게다가 뉴스로만 들을 땐 쳇, 하고 말았는데 주변에서 실제로 고소하는 케이스가 생기니까 확 실감이 났다.
영문도 모르고 끌려가 합의금으로 몇달 치 월급을 한 번에 휙 날릴 수도 있겠다 생각하니 소심하게도...떨린다.
나처럼 단지 퍼담기만 했던 네티즌만도 필시 한둘이 아닐텐데, 전국민이 범법자로 내몰리게 되는게 아닌가.

이런 저작권 소송과 관련해 다양한 이슈들이 쏟아져 나왔다.

블로그 뒤져 돈버는 얌체 변호사들 (매일경제/2008-9-17)

실제로 저작권법을 악용해 합의금을 받을 목적으로 고소하는 사례가 굉장히 많다는 것이 기사에 잘 나타나 있다.
정말 목적이 '저작권 보호'에 있다면 단지 합의금을 운운할 것이 아니라 경고와 시정조치 및 사후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할 것인데 말이다.

NHN-다음 저작권 위반 혐의 첫 기소 (동아일보/2008-12-24)

그 이후엔 국내 대표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와 다음이 불법음원 유통을 '방조'했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처음 포털을 상대로한 이런 기소 가능성에 대해 말이 나왔을 때만 해도 '말도 안된다'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몇 달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 상당히 흥미롭다.
저작권협회나 음원 수익자들, 그리고 앞서 짚었던 변호사들의 힘도 어느 정도 작용했으리라 본다.

이와 거의 동시에 포털업계의 대응은,

네이버, 저작권 위반 음원 차단 기술 도입 (머니투데이/2008-12-23)
포털업계 저작권 보호 '안간힘' (서울신문/2008-12-24)

이렇다.
이전에는 저작권 침해 게시물을 찾으려면 신고를 받거나 모니터링 인력이 일일이 찾아야 해서 불가능하다고 하더니, 자동 시스템이 있어서 이를 도입해 자동 필터링을 하겠다는 것이 요지이다.
실제로 최근 네이버에서 음악 파일을 검색해 들으려고 하면 Play가 되지 않고, 저작권 침해 요인이 있어 작동이 되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뜨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저작권 보호와 관련해 여러가지 이슈들이 터져나오고, 시끄럽게 말이 나오는 것은 관련 업체들이 잿밥에 더 관심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저작권 보호는 꽤 오래전부터 이슈화 되었던 내용인데, 아직도 인식개선이 충분히 되지 않았다는 것도 이상하지 않나.
저작권 관련 이슈는 일반 시민들에게 있어,
'저작권은 보호되어야 할 개인적 자산이므로 무단 도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아니라
-> '불법 음원 유통하다 걸리면 벌금 문다. 조심하자' 라는 식으로 접근이 되었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닌 단기간에 '또다른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관련업체들은 저작권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부족을 탓하지 말고, 그런 인식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근본적인 노력과 커뮤니케이션 활동들이 있었는지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하길 바란다.

정말 정말 '충분히' 커뮤니케이션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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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mydaily.tistory.com BlogIcon smilebrain 2009.01.08 19:0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저작권 소송을 당해본 사람의 입장에서는 참 매정하다는 생각이 들죠.
    적어도 한 번 정도는 경고나 시정 조치로 미리 주의를 주었더라면 좋을텐데,
    돈벌이에 혈안이 된 저작권협회와 변호사들은 걍 랜덤하게 쑤셔서 합의금을 받아내죠.

    • Favicon of https://allycho.tistory.com BlogIcon 2009.01.09 09:45 신고 수정/삭제

      네, 뭔가 매뉴얼이나 시스템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드는게 문제겠죠.
      정말 규칙과 절차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거라 하더라도 하늘사람님 말씀처럼 '랜덤'하게 걸리는 것처럼 보인다면 문제라고 봅니다.
      법이 반성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억울하게 만든다면 더 나아질 수 있는 여지가 없겠습니다.

  • Favicon of https://alllink.tistory.com BlogIcon 링크정보 2009.01.09 10:55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이른바 '묻지마 소송'에 대해서 제재를 가하는 방법이 논의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뭐, 불법을 편드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마구잡이로 처벌하고 합의하는 걸로는 저작권 침해를 막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 Favicon of https://allycho.tistory.com BlogIcon 2009.01.09 16:31 신고 수정/삭제

      맞습니다.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아니지요.
      그런데 묻지마 소송에 대해서 또다시 제재를 가한다니, 이 또한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아닌것 같네요 ^^;;;
      제재에 대한 제재, 에 대한 제재, 에 대한 제재...이런 식으로 제재만 늘어나는 것 아닐까요?

Hello! Blogger

지난 16일 일요일, 네이버와 다음이 주최하고 소프트뱅크가 주관한 '2008 대한민국 블로거 컨퍼런스'에 다녀왔다.
한완상 대한적십자사 전 총재 (인터넷과 사회현상)와 건축가 류춘수 (새로운 것을 만드는 장인정신) 님의 키노트가 오전 시간 동안 이어졌다.

처음엔 이번 행사와 너무 상관없는 강연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주최측에서 얘기한대로 평소 듣기 어려운 우리 시대 원로들의 깊은 생각과 정신을 느낄 수 있는 좋은 내용이었다.

특히 류춘수님의 강연은 퍽 인상 깊었다. 비록 블로그나 인터넷에 대한 내용은 하나도 담기지 않았으나 그의 작가주의, 창조력, 문화 등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진 시간이었다. 특히 아직도 작가와 시공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몰이해에 대해서 많은 부분 공감이 갔다. 아직까지 인간의 창의성에 대해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작년에 대한민국 광고대상을 보는데 대한항공편이 대상을 탔다. 나는 그 자리에 그 '작품'을 만든 광고대행사 사장이나 AE가 나갈 줄 알았는데 대한항공 대표가 나가서 상을 받았다. 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대표자분이 수상소감을 말하는데 그 광고를 만든 대행사에 대해서는 단 한번도 언급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약간 충격을 받았었다. 칸 국제광고제에서라면 그렇진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블로그 세계에서도 이것은 똑같이 적용이 가능하다. 자신의 지식으로 자신의 블로그에서 '생산'해낸 '창의적인' '컨텐츠'를 생산해 내는 블로거 역시 '작가'라고 말할 수 있겠다. 작가 소유의 컨텐츠에 대해서 충분히 존중하고 보호해야 하는 것 또한 당연하다. 류춘수님 강연에서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스토리'라는 것이었다. 건축에도 '스토리'가 있다. 그 스토리의 차이가 백만개의 건축물 가운데서도 단 하나만의 고유한 '존재감'을 가지게 한다. 우리나라는 특히 건축물이 단순한 공간 그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류춘수님이 지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연 모양의 경기장 형태, 한옥 서까래 형태 등)을 보면 그 스토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근본적인 차별화와 독창성에 매료된다. 다시 한 번 '스토리'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아! 마지막으로 하나 더! 류춘수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프로는 매일 연습한다"
이런 위대한 작가도 매일 연습한다!

오전에 키노트 스피치가 끝나고 점심을 먹었다. 2,400명이나 초청했다는데 이번 행사에 많은 자금과 인력이 투입됐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20-30명 정도 초청하는 기자간담회를 할 때도 얼마나 많은 수고가 필요한지 알기 때문에 이런 대규모 행사를 준비한 주최측에 박수를 보낸다.

오후엔 4가지 트랙이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듣고 싶은 강연이 몰린 시간엔 아쉽게도 포기하도 듣지 못한 것들도 참 많았다.

나는 1시 30분-2시 10분 D트랙: 장두현(Zet)-블로고스피어의 은빛 미래/김중태-세상과 나를 행복하게 변화시키는 블로그 강연을 듣고, 2시 10분-2시 50분 A트랙: 한비야-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이후 3시 20분-4시 B트랙: 포토넷 김주원 기자-블로거를 위한 최고의 사진 리터칭 테크닉, 4시-4시 40분 D트랙: 이중대(쥬니캡)-개인 브랜드 구축을 위한 블로그/이창용(잠든자유)-여행,같은 곳 다른 느낌 까지 들었다.

이현승 감독이나 블로거 황진국, 김현근, 명승은님 등의 스피치도 듣고 싶었는데 다음 기회로 미워야 겠다.

흥미로웠던 것은 김중태 님이 '느린 블로그'를 강조하며 자신이 담고 싶은 것들을 구애받지 말고 천천히 쌓아가며 행복한 블로그를 하라고 했던 반면, 이중대 부장님은 초기에 자신의 시간을 어느 정도 투자해서 키워드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데서 느꼈던 차이점이었다. 아무래도 김중태님은 '개인'의 시각에서 보는 반면, 이중대 부장님은 '기업'과 '비즈니스' 측면에서 블로그를 바라보기 때문에 그와 같은 시각의 차이가 생기지 않았나 싶다. 개인과 비즈니스 양면 모두에서 블로그를 보고, 사용하고 있는 나는 블로그를 어떻게 바라봐야할지 고민해 본 시간이 됐다. 행복하게 블로그를 하면서 성공적인 비즈니스도 하고 싶은 욕심을 이룰 수 있기를. :)

소프트뱅크 담당자분께서 악플은 올리지 말아달라고 하셨으나, 아쉬웠던 점을 몇 가지 꼽아야겠다. (악플은 아니니까 ^^;;)
한꺼번에 다양한 트랙이 운영되어 효율적인 시간 활용은 되었으나 역시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강연들에 미련이 많이 남는다. 2-3개 트랙으로 줄이는 것이 어떨지.
그리고 블로거 스피치가 있었던 C,D 트랙의 경우 시간의 압박이 너무나 커서 제대로 된 스피치를 들을 수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강연을 했던 모든 사람들이 10-15분 정도의 짧은 시간때문에 제대로 흡인력 있는 스피치를 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강연수를 줄이고 각자 30분-1시간 정도의 시간을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Hello,Blogger 라는 컨셉과는 다르게 서로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할 기회가 너무 적었다는 것. 물론 컨퍼런스라는 형식이 있고 블로거 사랑방이 있긴 했지만 키노트가 시작되기 전이라도 충분히 기회를 주었으면 좋았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고, 또 대규모 컨퍼런스를 무료로 오픈해서 성황리에 열었다는 것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다음 번엔 조금 더 섬세한 프로그래밍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2천여명의 블로거들을 오프라인에서 보자니 작은 미니미들이 모여있는 착각이 들었다. 컴퓨터 저 너머에 있는 사람들. 얼굴도, 성별도, 나이도 모르지만 블로거라는 공통의 이름으로 묶여있는 사람들. 한국 사회에서 어떤 형태의 블로그와 블로그 비즈니스가 탄생할지 점점더 흥미로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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